더버터 최지은기자 2026.01.23 08:30
- 사랑의열매 '기부트렌드 2026 컨퍼런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부트렌드 2026 컨퍼런스’가 22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렸다.
이번 컨퍼런스는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신간 도서 ‘기부트렌드 2026’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이 기부와 비영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현장의 대응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는 2015년부터 매년 ‘기부트렌드’ 시리즈를 발간하며 기부와 나눔 생태계를 둘러싼 환경 변화와 한 해의 이슈를 전망하고 있다. 올해 연구소가 제시한 주제는 ‘AI 시대의 인간다움, 기부의 재발견’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기술 환경의 변화 속에서 주목해야 할 ‘인간다움’과 ‘진정성’의 가치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기부와 비영리 생태계는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 분석하고 기부자와 모금기관, 기업 사회공헌 관계자의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현장에는 비영리·기업·공공 분야 종사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황인식 사랑의열매 사무총장은 개회사에서 “AI 혁명의 시대를 좋든 싫든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한다”며 “분석이나 기술적 영역에서는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도 분명히 있다”고 했다. 이어 “오늘 행사를 통해 각자 아이디어를 하나씩은 얻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요 내용 발표를 맡은 박미희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기부 트렌드를 ▶︎기부자(1ᐧ2) ▶︎모금 조직(3ᐧ4ᐧ5) ▶︎기업 CSR(6ᐧ7ᐧ8) 등 세 축으로 나눠 7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기부자 변화를 설명하는 첫 번째 트렌드는 ‘AI는 못 하는 일, 기부로 나누는 감정’으로, 나눔문화연구소는 AI 시대에 ‘인간다움’이 기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AI와 대비되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으로 ▶︎공감·이해·정서적 지능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성과 직관적 통찰 ▶︎윤리적 판단과 책임감 ▶︎삶의 목적과 의미를 탐색하고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능력 등을 제시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타인의 감정과 아픔에 공감하면서 내 것을 내놓는 행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며 “기부와 나눔은 AI 시대에 인간다움을 드러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불안과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환경에서 기부자들의 선택에 관한 이슈도 제시됐다. 두 번째 트렌드로는 ‘리스크와 타이밍을 읽는 기부자’가 제시됐다.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사람들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을 마주하면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행동을 모색하는데, 기부는 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특히 재난과 같은 위기가 발생한 시점에는 기부에 참여하면서 연대감을 느끼고 불안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 기부 대상이나 방법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은 기부자들은 일시 기부를 경험한 뒤 만족도가 높으면 정기적인 기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모금 조직의 과제도 짚었다. 세 번째 트렌드 ‘평등해진 기술, 가치를 만드는 사람’에서 박 연구위원은 AI 확산으로 활용가능한 기술이 평준화되는 만큼, 성과의 차이는 결국 사람의 기획력과 실행력에서 갈린다고 강조했다. 기술을 어떻게 결합해 구조와 스토리를 설계하느냐가 결과의 성패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나눔문화연구소는 기부자의 참여와 행동도 중요해진다고 전망했다. 네 번째 트렌드로 제시된 ‘스토리텔링에서 스토리두잉까지’에 따르면, 각 기관에서 실행하는 캠페인 스토리가 비슷해지는 상황에서 기부자가 참여를 통해 나눔 서사를 완성하는 ‘스토리두잉’이 중요해진다. 박 연구위원은 대표 사례로 ‘기부런’을 들었다. 그러면서 “단순한 실행을 넘어 참여자가 과정 자체를 변주하며 즐길 수 있는 ‘경험의 소스’를 제공하고, 참여자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성공 요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굿즈’ 역시 완성도 중심에서 캐릭터의 서사와 의미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길어 올린 ‘진정성’”이라고 말했다.
다섯 번째 트렌드는 가까운 지역에서 체감하고 참여하는 기부 경험을 강조하는 ‘로컬 기빙: 대체할 수 없는 기부 경험’이었다. 박 연구위원은 “개인들은 불안이 커질수록 자신이 비교적 통제 가능한 ‘로컬’에 반응한다”며 계절성과 지역성을 결합한 ‘제철 기부’와 ‘여행 기부’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역을 매개로 자원과 관계가 순환하는 경험이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관계와 온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관련 이슈도 제시됐다. 박 연구위원은 여섯 번째 트렌드 ‘따뜻한 AI, CSR의 새로운 동력’을 소개하면서 "AI가 CSR의 질적 도약을 이끌 수 있지만, 그 전제는 ‘휴머니티’의 결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임직원 봉사활동은 ‘휴먼터치’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며 “개인의 정체성과 가치를 부각하고 봉사 대상 지역ᐧ인물들과 유대감을 만들며, 재미·호기심·몰입을 유도하는 문화적 코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곱 번째 트렌드 주제는 ‘과거 위에 쓰는 미래: CSR의 전략적 큐레이션’이었다. 최근 기업 CSR에는 전통적인 자선의 가치와 사회문제 해결, 조직문화 개선, 마케팅 기여, 정책 방향과의 정합성 등 다층적 요구가 동시에 부과되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이 오히려 전략이 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과거의 CSR 활동 중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 미래를 어떻게 그려갈지 ‘큐레이션’할 수 있는 권한과 역할을 CSR 담당자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다중복합 위기 시대일수록 협력의 전략을 다시 그려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다양한 주체가 경계를 허물고 자원과 데이터를 연결하는 ‘전략적 연결’이 중요해지는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한 연합과 협업 모델이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어 진행된 북토크에서는 박미희·이수현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연구위원과 윤지현 국제이주기구 파트너십 오피서, 한상규 희망제작소 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여해 올해 도출된 기부트렌드를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했다.
김병준 사랑의열매 회장은 “‘기부트렌드 2026’가 우리 사회의 기부 트렌드와 주요 이슈를 이해하고,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인간다움의 가치를 전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사랑의열매는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변화하는 기부 트렌드를 꾸준히 연구하고, 현장과 사회에 의미 있는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출처 더버터 www.thebutte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