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혜 MYSC 연구원 2026. 02.06. 08:00
“사회복지 업계는 보수적이에요.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절대 안 돼요.” 사회복지사 대상 디자인씽킹 교육을 준비하면서, 나는 주변의 사회복지사들을 찾아가 인터뷰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같은 말이 반복됐고, 의심이 생겼다. 스스로 보수적이라고 말하는 사회복지 업계에서 혁신과 디자인씽킹을 이야기하는 게 적절한가.
작년에 엠와이소셜컴퍼니(MYSC)는 사회복지 관련 두 건의 프로젝트를 연달아 진행했다.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와 함께 '제6회 제주삼다수 Happy+공모사업'의 제주복지 Level up 워크숍, 그리고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와는 열매학당 신입과정 2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생겼던 의심은, 워크숍을 진행하며 질문으로 바뀌었다. 사회복지 현장에 디자인씽킹이 맞는가가 아니라 사회복지사가 이미 가진 현장에 대한 이해가 실행으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로 말이다.
디자이너가 사용자의 언어를 해석하는 방법
“사회복지 업계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절대 안 돼요. 선례가 있어야만 할 수 있어요.” 이 말 안에 숨겨진 니즈가 있다. 그것은 “우리도 새로운 것 하고 싶어요. 더 많은 선례가 필요하고, 우리가 그 선례를 만들고 싶어요.”라는 것을 느꼈다.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 적는 사람이 아니다. 표면적인 말 너머의 숨겨진 니즈와 맥락을 파악하고, 문제를 재정의해야 한다. 사회복지 업계에서 우선순위는 새로운 아이디어보다 다양한 현장에서도 문제없이 적용되는 안전한 아이디어다. 동시에 매번 같은 것을 반복해야 하는 것에 대한 지루함과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과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의 교집합은 무엇일까? 사회복지사들이 선례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가 안전한 실험실이 돼주고, 실험을 할 수 있는 도구를 쥐여주는 것이다.
사회복지사가 ‘디자인씽킹’이라는 도구를 만날 때
제주의 사회복지사들이 만든 퍼소나에 대해서 말해주실 때, 나는 눈물이 날 뻔했다. 설명을 듣는 내내 그들의 퍼소나 ‘이길보라’의 얼굴이 또렷하게 그려졌다. 농인 부모와 어린 비장애인 동생 사이에서 양육자와 중간 소통자의 역할을 함께 떠안는, 너무 일찍 어른이 된 11살 아이. 이길보라의 하루, 관계, 반복되는 좌절이 퍼소나 안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그들이 이길보라를 살아있는 사람처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사회복지사들은 매일 현장에서 사용자를 만나고, 일상을 들여다본다. 수많은 이길보라들을 만나며 공통의 니즈와 페인포인트를 수집해 왔다. 현장과 사용자에 대한 공감이 높은 사회복지사들에게 퍼소나는 낯선 과제가 아니라, 당연하게 인지하고 있는 사용자의 정보를 하나로 정리해 주는 도구가 된다.
우리가 사회복지사와 함께할 때 임팩트가 커지는 이유
디자인씽킹은 혁신하는 조직에만 적용되는 방법론이 아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디자인씽킹은 현장에 와닿는 실천적 방법론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현장의 문제를 다루는 사회복지사와 디자인씽킹 간의 시너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과 사용자에 가장 밀접해있는 사회복지사는 한 명의 사회혁신가이며, 디자인씽킹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더 현장 중심의 설득력을 갖게 됐다.
우리의 역할은 사회복지사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사회복지사들의 뛰어난 공감이 구체적인 문제정의로 이어지게 하고, 그들의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실행가능하도록 디자인씽킹이라는 도구를 쥐여주는 것이다. 그들에게 디자인씽킹은 보수적이라 말하는 사회복지 업계에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출처 : 더버터(https://www.thebutter.org)